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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36회 작성일 23-10-3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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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주보에 실린 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누군가와 함께 생활 한 기간이 햇수로 무려 10년이 넘는다. 개인 공간 없이 말 그대로 단체생활 말이다. 고등학교 3년 내내 8명이 한 방을 썼고, 중국대학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3년을, 한동대에 입학하여 나보다 한참 어린 친구들과 3년 이상을 살았다. 누구에게 말로 자랑 한 적은 없었지만 내심, “나는 누구와도 잘 지낼 수 있는 성격좋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조금은 우쭐해있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생활관에 들어오면서 산산히 부서졌다. 치약을 중간부터 짜냐 끝부터 짜냐 사소한 일로 아웅다웅 싸우는 신혼부부처럼, 우리들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내가 동그라미라면 누군가는 세모, 네모, 마름모, 별모양 까지..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에 타인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있다. 있는 그대로, 그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성적인 머리로 이해하려고 애쓰다가 안될 때, 최후의 무기 처럼 꺼내드는 방법이다. 여기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붙이면 이 방법은 더욱 강력해진다. 우리가 아무리 달라도, 아무리 서로를 상처입힌다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그 사람의 본질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를 지으신 하나님의 신묘막측하심에 감탄까지 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이러할 것이라고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제는 우리의 다름이 재미있다. 나무와 풀과 꽃과 동물들, 모두 다른 객체가 어우러져 숲을 이루듯,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조화롭고 풍요롭다. 다르기에 더욱 의미있고 귀하고 소중하다. ‘하나님 언제까지 이렇게 남들과 부대끼며 살아야 하나요’ 불평했던 내 모습이 무색할 만큼 생활관에 나를 두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생활관은 이제 누군가의 발소리, 달그락 거리는 그릇소리, 도란도란 말소리만으로도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공간이다. 어떤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그냥 존재한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안심이 되고 위로가 된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에게 가족이 되었다. 매 주하는 기도회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도제목이 있다. “원가족과 생활관 가족이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주세요.”


인생에서 가장 어두웠던 시절, 누군가 손만 잡아줘도 눈물이 왈칵 났던 그 시간들 함께 아파해주고, 우울함에 침대에 누워만 있을 때도 내 손을 잡고 바깥으로 끄집어내서 밥도 먹이고 산책도 시켜주었던 소중한 생활관 식구들. 이거 찍어서 올리면 유튜브 100만 조회수 나올 거라며 CCTV 달자고 할 정도로 재밌는 추억들 많이 만들어 준 생활관 자매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2023년 10월 27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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